민중의소리
발행 2016-10-13 07:16:17
수정 2016-10-13 07: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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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출범하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국민들은 의아해 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첫 대변인으로 발탁된 윤창중씨가 성추문 의혹으로 사퇴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국무총리 지명자들의 인사 검증까지 연이어 실패해 줄줄이 낙마하게 되면서다.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시작부터 꼬인 정권에게 과연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처음으로 일었던 때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규제는 비정상이며 이를 개혁하는 것이 정상화라는 대통령의 표독스런 말이 휘몰아쳤다. 국민의 안전이 위협 받아도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뭐든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 '규제 개혁'이란 말로 포장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권의 선전도 오래갈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돈과 속도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제야 국민들은 알게 되었다.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상이 차라리 정상에 가까우며 정상화하려는 게 외려 비정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따지고 보면 비정상인가 정상인가의 여부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대적 개념이다. 어쩌면 지금 박근혜 정권의 통치는 비정상과 정상화의 구분보다 야만인가 문명인가로 나누는 게 훨씬 부합할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밝혀진 문화계의 블랙리스트 존재는 현 정권의 야만성을 극명하게 드러내 준 사례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위원회의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해 왔으며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폭로했다. 또 문화계에 떠돌던 '블랙리스트 1만명설'을 뒷받침할 만한 문서도 공개됐는데 무려 9,473명이 망라돼 있다고 한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계 인사들은 세월호 시국선언을 한 사람이거나 야당 후보 지지자들로서, 단지 정권에 반하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정부지원사업의 배제는 물론 작품 활동까지 간섭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리스트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살생부였다는 소리다. 찍어내고 배제하는 것도 모자라 불이익까지 행사했으니 직권남용죄가 되고도 남는다.
문화계의 반발이 점점 확산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블랙리스트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활용했는지 끝까지 추적하고 처벌해야 한다.